나는 독일에서 사립대학교 석사 프로그램에 진학을 결정했었고, 최종적으로는 목표했던 지역의 공립대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이 드라마틱했는데, 사립대 방문해서 등록 계약서 쓰기로 한날에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하고 돌아왔더니, 1달 전 불합격했던 공립대에서 합격 메일을 받은것이다. 아무튼, 굳이 공립대로 진학을 했지만 사립대에 대해 글을 써보는 이유는 2달 넘게 공립대와 사립대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 했었고, 누군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면 이 경험과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독일 대학교 분류 1. 우니 (종합대학교) 와 호흐슐레 (응용과학대학교)
독일 대학교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우니 Uni와 호흐슐레 Hochschule 에 대한 차이점은 많이 들어봤을 것 같다. 우니는 종합연구대학으로 연구/학문 중심의 교육과정이며, 호흐슐레는 실용교육 중심의 대학교으로 졸업 후 취업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을 따른다. 간혹 한국어로 호흐슐레가 '전문대학' 이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있는데, 호흐슐레도 우니도 모두 대학교이며 교육과정의 포커스가 다르다고 설명하는게 더 적합한 것 같다. 그럼 우니와 호흐슐레 중 어디가 더 좋은 대학교일까? 중심이 다른거지 어디가 더 낫다, 못났다 하는 건 없는 것같다. 과거에는 호흐슐레 졸업자가 우니 졸업자에 비해서 취업 시 불리한 면이 없지않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새는 비슷한 경력이나 스킬이 있다면 딱히 호흐슐레 졸업자라고 해서 불리한 면이 없다고 한다. 다만, 독일 내 학교 중에서도 다른 곳보다 좀 더 인정받는 대학교들은 있다. 공대 TU9에 속하는 대학교들과 만하임 대학교,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 뮌헨의 LMU 대학교가 그렇다. 이 대학교들을 나왔다면 다른 학교 대비 좋은 곳을 나왔다는 인식은 있는 것 같다.
독일 대학교 분류 2. 공립대와 사립대
독일에는 학비가 무료라는 이야기가 유명하고, 그 때문에 독일 유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많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 공립대학교 진학하는 경우이다. 인터넷에는 '독일 유학'을 검색하면 대부분 공립대학교 재학생들이기 때문에 독일 학비=무료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 같지만, 독일에도 사립대학교가 있다. 독일 대학 유학을 준비하는 큰 이유가 무상 학비(=공립대, 바덴뷔르템부르크 주 제외) 이기 때문에 독일의 사립대에 대한 정보는 유학원을 제외하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사립대학교는 공립대와 달리 학비가 발생하고, 프로그램/학교마다 학비는 천차만별이다. 학비는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도 최소 국내 대학교 정도의 수준 (e.g. 1학기 500만 원) 은 발생한다. 경영학과 관련 과정은 파트타임, 1년제 과정, 2년 혹은 1.5년 등 다양하게 개설되고, 언어도 영어 및 독일어 모두 찾을 수 있다. MBA 비즈니스 스쿨의 경우 공립대학교에서 분과해서 별도 비즈니스 스쿨로 운영되는 공립대학교 경영대이지만 학비를 받는 MBA 교육 기관과, 사립대학교가 혼재한다.
독일 사립대학교의 장점
※ 이후 쓰는 사립대학교는 비즈니스 스쿨, 공립대에서 분과된 학비 있는 경영대 제외한 사립대학교!
독일에서 사립대학교를 진학할 경우 장점은, 첫 번째, 진학 과정이 수월하다. 독일은 학석사간 커리큘럼 일치가 석사 합불합의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운이 없으면 같은 내용 수업을 들었어도, 수업 이름 혹은 전공 이름 때문에 리젝을 당하기도 한다. 공립대에는 수많은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에, 굳이 강의계획서까지 보며 지원자 한 명 한 명의 지원서를 검토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사립대학교에서는 이런 지원요건이 느슨하게 적용된다. 물론, 학사 때 전공이 경영학이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넓은 의미로 선제조건은 있지만, 어떤 수업을 몇 ECTS 이상 들었을 것과 같은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공립대에 비해 없거나/느슨하다.
두 번째는, 공립대보다 졸업이 수월하다.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독일인 친구들 주변에게 물어봤을 때 공립대에 비해서 시험이나 졸업을 하기가 수월하다는 평이 있. 공립대에서는 진행된 연구에 따라 정부 보조로 경제적인 펀딩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졸업을 세심하게 케어해주지 않는다. 수업해주고, 따라올 수 있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따라오고 졸업해야 한다. 그러나 사립대에서는 학생이 내는 수업료가 곧 소득이다. 때문에 졸업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지원자가 줄면, 곧 고객이 줄고, 소득이 줄어든다. 그래서 학생이 낙제하지 않도록 공립대보다 세심하게 케어해준다.
세 번째는, 소규모 클래스이다. 공립대, 특히 우니의 경우는 한 수업에 200명씩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호흐슐레 재학생이라 과가 소수 정원이지만, 이전 룸메는 TU9 중 한 곳에서 석사를 했는데 이렇게 많은 학생이 한 번에 수업을 듣다 보니 토론이나 교수와 컨택할 기회가 없다고 불평하곤 했다. 특히 그 친구는 미국에서 소규모 클래스로 학사를 했기 때문에, 이런 독일 종합 공립대에서 수업방식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립대학교는 클래스 인원을 소규모로 구성하는 편이고, 교수님과 클래스메이트들과 어울릴 기회도 더 많다.
네 번째는, 전공 수업이 최신 경향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공립대의 경우 최신 경향을 반영한 커리큘럼보다는 전통적인 학문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편성된다. 하지만 사립대학교는 데이터 사이언스, 디지털화 등 최신 취업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흥미로운 전공 수업 커리큘럼을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재밌어 보인다!
그래서 일부 독일 학생들도 이런 장점 때문에 사립대학교를 진학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공립대 지원 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국제학생 지원자도 많다.
독일 사립대학교의 단점
그렇다면 독일 사립대학교의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당연하지만 첫 번째는 학비이다. 독일 대학 유학을 준비하는 큰 이유가 무상 학비(=공립대, 바덴뷔르템부르크 주 제외)인데 학비를 이만큼 내면서 진학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건 개인에 따라 단점이 아닐 수도 있지만, 무상교육보다는 단점인데 많으니 단점에 넣었다.
두 번째는, 평판이다. 앞서 쓴 것처럼 진학도 졸업도 수월하기 때문에, 사립대학교 졸업했다면 공립대 진학할만한 성적은 안되고 집은 부유해서 학비 내고 사립대학교를 졸업했다 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없지 않아 있다. 내국인들 입장에서야 공립대 진학이 수월하니까, 굳이 사립대학교를 학비 내면서 간다는 부분이 쉽게 납득되지 않나 보다. (더군다나 검소한 독일인 들이니...) 혹은 부정적인 평판은 갖지 않아도, 최소한 공립대 나왔을 때만큼의 인정이나 평판은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HHL 같은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경우는 비즈니스 특화된 교육을 받기 위해서라 예외로 친다.
독일 사립대학교 진학 결정했던 이유
공립대와 사립대를 모두 합격했다면 당연히 공립대를 더 추천하고 싶다. 비용도 덜 들고, 평판도 대체적으로 사립대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대학교만 붙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면 둘 다 붙었는데 특정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경우에는? 나의 경우 독일인 남자 친구 A와 지내고 싶어서 독일에서도 특정 지역에 진학하는 것이 최우선 플랜이었다. 어쩌다 보니 해당 지역의 사립대학교와 5시간이 넘게 떨어진 먼지역의 공립대를 합격했었고, 그때 정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해당 지역에 사립대학교 진학을 하기로 결정했었다.
사립대학교 진학을 결정했던 이유는 1. 독일 특정 지역에 꼭 살고 싶은 이유 (=남자 친구 A)가 있었다
2. 해당 전공이 본인의 학사와 직무경험과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독일에서 취업할 땐뭘 배웠는지가 어느 대학교를 졸업했는지보다 우선이라고 들었고, 나는 독일에서 정착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전공을 배우는 게 내 경험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3. 학비를 충당할 여력이 있었다. 짧지 않은 사회생활 덕분에 빠듯하지만 학비와 생활비 정도는 충당한 자금이 있었다.
4. 해당 학교 졸업자들의 링크드인과 Xing 프로필 검색을 정말 많이 했고, 대부분이 좋은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웃풋을 확인했다. 때문에 이 학교를 나와도 경력에 마이너스되는 선택은 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서 결정할 사항이지만 나는 독일에서 사립대 진학은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중립적인 선택이고 본인 하기에 따라서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내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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