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0231204 독일 석사 끝낸 근황: 논문 점수 & 취업 진행 중

홍니버스 2023. 12. 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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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에 면접을 몇 건을 연달아서 보고, 논문을 제출한 후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행 비행기는 타기 이틀 전까지도 내가 한국에 갈 수 있을지, 독일에 남아서 2차 면접을 봐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있었다. 한국행 비행기는 금요일이었고, 그 주 월요일 면접 본 곳에서 수요일까지 2차 면접에 대해서 안내를 해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수요일까지 연락이 없었고, 목요일 HR에 혹시 일정에 대해서 안내를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답이 없었다. 

불확실성 속에서 계속 버티는게 너무 힘들어서 논문도 굳이 제출 기한이 남아있는데도 내버렸던 것이었는데. 제출을 한 후에도 또다시 한국에 갈지 가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직감을 따르기로 하고 한국에 갔다. 인터뷰를 봤을 때 그들이 바라는 지원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고, 연락도 늦어진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도착한 직후  첫 며칠이 정말 행복했다. 논문도 취업도 생각할 필요 없이, 첫 며칠은 특히 맛있는 걸 먹고 서울 외 다른 곳을 여행하면서 행복하게 보냈다. 2023년동안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로 남았다. 공항에서 마중 나온 엄마를 만났던 순간, 광장시장에서 떡볶이도 먹고, 날씨 좋은 광화문을 걷고, 경주에서 고즈넉한 밤산책, 부산 바다에서 반사된 햇빛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던 순간들. 

비록 그 다음 주 비대면 면접이 잡혀서 며칠은 아무것도 못하고 아쉽게도 면접을 봐야만 했지만, 그 시간들도 아주 재미없진 않았다. 아쉬운 그 며칠을 빼고는 정말 모든 순간을 열심히 한국을 즐겼다. 몇 번 독일-한국을 오가면서 어떤 물건들이 필요한지도 알다 보니 알뜰하게 쇼핑도 했다. 한국을 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순간에도,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던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10월의 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낼 수 있다면, 한국행 기회를 꼭 놓치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 

부산 더베이101

한국에서 돌아온 직후 2023년 11월 동안은 면접을 연달아서 봤다. 면접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행운인건데, 막상 11월을 보내면서는 행운으로 여기기가 힘들었다. 일단, 즉흥적으로 당장 이틀 후 면접 보자는 식으로 급 면접이 잡혀 준비해야 하는 때가 있었고, 심지어 당일 오후에 콜이 잡힌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일정 전체가 불확실하고 흔들리니 당장 다음 주에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피곤한 일상을 살게 되니, 컨디션 난조일 때는 면접을 잘 보고 그렇지 않은 때는 못 보고 그런 일들이 생겼다. 그렇다 보니 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순간도 많았다. 안 좋은 버릇인데, 나 스스로를 더 잘하지 못한다고 자책하고 몰아세우는 버릇이 있다. 희한하게 남일에는 별 신경을 안 쓰는데, 나한테는 그렇게 박할 수가 없다. 지금 돌아봐도 11월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쥐어짜서 취업에 임하고 있었고, 그 이상 더 잘하려면 그저 내가 내가 아닌 초인 1이 되는 수밖에 없었을 텐데. 즉, 나로서는 어차피 그 이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정도로 120%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11월을 면접을 겪으며 보내다가 11월말이 되어서 논문 점수를 받았다. 졸업 문서도 나왔다는 확인을 받았으니, 독일에서 석사는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2020년에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독일 석사를 준비했었던 시간부터 지금까지, 만 4년 가까운 시간을 들인 일이었다. 석사 논문 점수는 최고점인 1.0을 받았고, 전체 석사 과정 평점은 1.6으로 졸업을 하게 됐다. 한국에서 보다야 학점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독일이지만, 나는 내가 그 점수를 받기까지 얼마나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했는지 알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진다. 힘든 일도 억울한 일들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목표한대로 독일 석사를 끝냈다.

독일 석사를 끝냈다는 벅찬 마음과 곧 취업도 이렇게 끝내겠지라는 희망찬 마음이 들기도 잠시뿐이었다. 곧 2023년 12월 최근 4차 최종 면접을 봤던 곳에서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사실 통보받았다기보단 불합격임을 "알게 되었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최종 면접을 보고 연락을 주기로 한 날까지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도 전화는커녕 이메일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지원 포털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해당 지원 내용이 불합격으로 쓰여있어서 알게 되었다. 글로벌 대기업에서 4차 면접까지 봤는데 합불합 통보조차 제대로 주지 않다니, 화가 났다. 한편으로는 최종면접까지 보면 거의 합격이나 다른 없다고 들었던 곳인데 이렇게 불합격을 하다니, 내가 그렇게나 부족한 사람인 걸까??라는 자기 비하적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경우를 취업준비 시작한 이례로 여러 번이나 반복해 겪어서 마음이 많이 무너진 상태여서 요즘 더 그런 마음이 쉽게 드는 것 같다.

하지만 독일 석사를 준비하고 비행기에 오르던 지난 몇년간 순간들처럼, 이번에도 어떻게든 나는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함박눈이 내린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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