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홍

210713 만 29세, 독일에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홍니버스 2021. 7. 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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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말 남자 친구 (독일인)가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여기서는 화이자 보다는 비온텍 혹은 바이온텍 백신이라고 부르는데, 모국 기업인 바이오엔텍이 화이자와 공동 개발했기 때문에 바이온텍 백신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아무튼, 남자 친구가 먼저 백신을 맞고 오면서 혹시 나도 접종 가능한지 스태프에게 문의했고 독일 내 거주하는 주소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답변받았다. 

그 외 접종 카드, 안멜둥 증빙, 비자 등 다른 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단다.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신청이나 해보자 하고 그 주말에 온라인으로 백신 접종 신청을 했다. 간단한 신상정보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거주지 주소, 이메일 주소)만 등록하면 신청할 수 있었다. 큰 기대 없이 그냥 언젠가 연락 오겠지 하고 말았다.

그런데 딱 1주일이 지난 지난 일요일 (11일) 오후에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안내 이메일과 문자를 받았다! 3시 58분에 문자를 받았는데 당일 오후 (4시~) 나 월요일 예약이 가능했다. 백신 센터가 집에서 꽤 멀리 외딴 곳에 있어서,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다. 운전해서 데려다줄 수 있는 남자 친구는 월요일 시간이 안된다고 하여, 당일인 일요일 오후 5시 45분에 예약을 했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가서 센터에 도착하니, 1차로는 여권을 확인하고 이후 스태프와 간단한 질의응답 후에 백신 접종하는 곳으로 보내주었다. 모든 스태프가 영어가 가능해서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었지만, 백신 접종에 동의한다는 안내문이 독일어로 되어 있다. 남자친구가 통역을 해주어서 한결 수월하게 설문지 작성을 마칠 수 있었다. 

백신 접종하는 곳에는 혼자 들어가게 되고, 독일인 간호사와 의사선생님이 쌍으로 근무 중인 것 같았다. 백신을 가져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그 사이 간단히 스몰토크 (?)를 했다. 의사 선생님이 내게 백신 접종 카드가 있는지 물어보셔서 없다고 하니, 하나 새로 만들어 주겠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덕분에 딱히 무섭거나 긴장되는 느낌은 없었다. 

드디어 백신이 도착하고 접종! 2차 접종을 위한 확인서류에 나와 의사선생님 사인을 하고, 이 서류를 검토받은 후에야 대기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독일의 백신 접종 센터는 흡사 코엑스 전시홀을 보는 것 같았다.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어 바로 집에 돌아왔다.

백신 접종 3시간 후, 

갑자기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오기 시작했다. EUFA 2020 결승전을 꾸역 꾸역 보다가, 잠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깊이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분명 볼 때는 이탈리아와 영국이 1-1이었는데, 일어나 보니 이탈리아 선수들이 메달 받고 있었다;; 슬슬 피로해지나 보다 하고 간단히 씻고, 잠이 들었다. 

백신 접종 12시간 후,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좀 멍하고 기운이 없었다. 팔에 근육통이 있었는데, 이건 어느 백신이든 있는거니 별 신경 안 썼다. 아침 먹고 독일어와 영어 공부하다가 20분 거리 마트도 걸어 다녀올 정도로 괜찮았다. 

백신 접종 24시간 후,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아팠다. 열이 오르고, 힘들었다. 심한 몸살을 겪는 것 같았다. 팔도 부어오른 느낌이고 훨씬 아팠다. 옷을 갈아입을 때 왼팔을 들고, 옷을 벗는 것도 아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때부턴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었다. 잠시 침대로 가서 2시간쯤 잤는데, 엄청 지쳐서 깊게 잠들었다. 흡사 20시간 철야 야근을 하고 왔는데, 몸살이 나서 열까지 나는 느낌이었다. 자고 일어나긴 했지만 나아진 느낌은 없었다. 딱히 뭘 할 수도 없지만, 다시 잠도 오지 않아서 넷플릭스를 보고 달달한 과자를 많이 챙겨 먹었다. 딱히 뭘 씹어 먹을 만한 기력이 들지 않았다. 왼팔 전체 근육이 아팠고 오른팔 근육도 저린 느낌이었다. 다시 침대로 갔는데, 밤사이 앓고, 힘든 꿈을 꿔서 편안한 숙면을 하진 못했다. 

백신 접종 36시간 후, 

근육통이 덜해졌다. 주사 맞은 부위 주변 5cm 반경 정도만 아팠고, 팔 전체가 아프던 느낌은 사라졌다. 그리고 머리가 멍하던 느낌도 많이 사라졌다. 완전히 건강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확실히 어제보다는 괜찮다. 아침에 과일과 빵, 커피, 비타민 워터 같은걸 챙겨먹을 수 있는 정도 기력이 났다. 그리고 지금은 48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아침을 먹었는데도 아주 배가 고프다. 몸이 에너지를 많이 써서 배고픈 느낌이다. 얼큰한 국물이 당겨서 칼칼한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독일 입국한지 열흘 만에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감사한 일이다. 2차 접종은 6주 뒤인 8월 말로 예약이 되어있고 그때도 똑같은 화이자 백신으로 맞을 예정이다. 백신 접종 부작용은 2차가 더 심하다는데, 이미 1차 접종한 이번에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벌써 좀 걱정이 된다. 한편, 백신만 맞아도 이렇게 아픈데 정말 코로나에 걸려서 아팠던 분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ㅜㅜ 어서 코로나 종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만 29세, 화이자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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