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한지도 2달이 다 되어 간다.
고작 2달이라기엔 많은 것을 하고 보냈고, 긴 2달이라기엔 아직 학기 시작도 안 한 새내기 외국인 학생이라 이곳에서 적응해나갈 일들이 많아 보인다.
차근차근 정리해서 누군가 독일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글을 써봐야지, 생각은 항상 했는데 더 늦어지면 그 생각마저 잊혀질까봐 간단히 2달에 대해서 써본다.
1. 독일에서 사는 나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두 달 전에는 혼자 슈퍼마켓을 가거나 어딘가 가서 일 처리하는 게 두려웠다. 해외여행도 혼자 다닌 짬빠가 있는데, 이상할 정도로 나는 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왕복 티켓을 끊어놓고 돌아갈 날, 돌아갈 곳이 명확하게 있지 않다는 부유감과 새로운 곳에 왔다는 두려움 같은 게 섞여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혼자 U반, S반도 잘 타고, 필요한 물건 있으면 사고, 궁금한 것 있으면 전화도 하고 부딪히고 지내고 있다. 다시 내가 알던 나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외국어를 쓰는 나 자신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요새는 일정 정리할 때나 한국어를 쓰고, 대부분의 생활을 영어로 하고, 기초 독일어 (A1)를 배우고 있다. 외국어로, 외국인으로 새로운 나 자신을 만나고 있다.
2. 백신 접종을 끝냈다.
7월에 도착해서 화이자 1차를 맞은 뒤 8월에 2차 접종을 끝냈다. 보통은 2차 부작용이 더 강하다는데, 나는 1차 때가 훨씬 오래 힘들고 아팠다. 2차 후에는 이틀 정도? 피곤하고 미열이 났지만 그뿐이었고 근육통도 심하지 않았다. 1차 때는 열도 38도 이상 나고, 나흘은 아팠고, 근육통은 더 오래갔다. 여기선 백신을 믿을 수 없어서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예약해놓고 노쇼 No-show로 버려지는 백신들이 있어, 앞으로 노쇼는 페널티를 내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뉴스에서 봤다. 문득 한국에서 오매불망 백신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친구들이 생각났다. 노쇼 백신, 다 한국에 보내고 싶다.
3. 여행을 했다.
학기 시작 전 휴가로 독일 내에서 1주일 여행을 했다. 나는 남부 독일에 있기 때문에, 남자 친구 A와 자동차로 로드트립을 했다. 가는 곳마다 백신 접종서를 보여주고, 슈넬 테스트도 하고, 마스크도 하며 나름 조심해서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1주일 독일을 많이 보고 나니 조금 더 익숙해지고 조금 더 편해졌다. 집으로 돌아왔을 땐, 이곳이 비로소 집같이 느껴졌다. 나에겐 독일도 아직 낯선 나라이기에, 독일 내에서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다. 나는 이 나라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싶다.
4. 독독독 A1이 끝나간다
처음 도착했을 때 영어로 제대로 안 나와서 당황했다. 너무 스트레스받아서였을까?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영어 소통도 너무 답답했다. 일주일, 이주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외국어로 소통해야 하는 것 생각보다 피로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 야근한 다음날 같은 피로감을 계속해서 느꼈다. 그나마도 영어가 유창한 사람이랑 있을 때 이야기고, 상대가 독일어만 한다면 현지어를 못하는 외국인인 나의 존재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학기 시작 전에 A1를 끝내고, 1년 내 B1을 끝내는 걸 목표로 삼아 공부 중이다. 코로나와 비용 문제로 독독 독 A1를 수강해서 90% 이상 끝냈다. 다음 주 안에 끝내자, 아자아자
5. 원하던 학교와 인터뷰를 봤고, 떨어졌다.
7월에 1지망으로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와 어드미션 인터뷰가 있었다. 열흘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인터뷰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만족스럽지도 못했다. 예상한 것처럼 결과는 탈락이었다. 심지어 정원이 없는 NC-Frei 인데도, 떨어졌다는 사실이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면접을 볼 때 교수님과 티키타카가 전혀 안되고, 나 또한 지원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받아서 큰 아쉬움은 없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6. 다른 원하던 학교에 떨어졌고, 붙었다.
8월에 다른 1 지망 학교에서 탈락 메일을 받았다. 외국인 학생 정원이 적어 성적순으로 6번째까지 뽑았는데, 나는 7번째였단다. 나름 성적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나는 최선을 다했고, 간발의 차로 떨어진 것도 인연이 아니었던 거야,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플랜 B로 붙은 학교에서 등록을 하러 가겠다고 방문했다. 학생 컨설턴트와 미팅하고, 학교 둘러보고, 등록 완료하기 직전에 어드바이저는 집에 가서 더 생각해봐도 된다고 시간을 주었다. 뭐, 이미 여기로 올 건데.. 생각했지만 그래 뭐~ 서두를 거 없지~ 하고 집에 돌아왔고, 돌아온 지 1시간 만에 떨어졌던 1 지망 학교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다. 이런 일도 있다, 아마 합격자 중 누군가 등록을 취소해서 빈자리가 생겼고 덕분에 합격한 것 같다. 남자 친구와 룸메이트와 방방 뛰며 축하하고, 얼떨떨하고 등록 신청을 했다. 보험 제출만 하면 끝! 다음 주 수요일 전에 등록까지 마칠 수 있으면 좋겠다.
7. 비자, 나 여기서 외국인이구나.
학교가 바뀌어서 비자 관련 규정을 확인하다가 진땀을 뺐다. 이건 나중에 자세히 쓰려고 하는데, 인터넷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게 '학교가 바뀌면 비자를 재발급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누군가는 그렇다고 하고, 누구는 아니라고 하고, 외국인청에서는 아직 답이 없다. 그래서 이 부분은 오늘 오전에도 계속 문의하고 물어보는 중이다. 내 학생비자는 A학교 어드미션과 함께 제출해서 발급이 됐는데, B학교에 등록하고 공부를 하려고 하기에, 재발급을 해야 하는지 그냥 외국인청에서 정보만 업데이트하면 되는지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 심지어 나는 거주하는 도시와 공부하는 도시가 달라 어느 도시 외국인청이 담당 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 여권엔 유효한 비자가 붙어 있으니, 해결할 수 있겠지. 잘 해결하고 포스팅할 예정이다.
8. 독일 석사 지원 결과
1곳 빼고는 다 결과가 나왔고, 지원한 10여 곳 중 반 정도 합격했다. 정보 찾을 때 정말 열심히 찾아서 넣을 만한 곳은 다 넣은 결과다. 열심히 조사하고 지원해보길 잘했다고 느낀다. 심지어 첫 합격을 받은 후에도, 나는 요건이 맞는 곳은 추가로 지원을 했고 최종적으로 등록하는 학교가 그중 하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내가 가장 만족하는 선택지를 갖기 위해 부지런히 조사하고 지원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물론, 본인이 대부분 요건을 만족하고 입학에 무리 없는 입장이라면 선별 지원해도 된다. 하지만 나처럼 안 맞는 요건 (대표적으로 경제학 N ECTS 수강) 이 있고, 불안하면 그냥 맘 편하게 다 넣자.
9. 간단했던 안멜둥
사는 동네에서 안 멜 둥, 테어민 잡기도 어렵지 않았고, 안멜둥도 거의 10분만에 끝냈다. 생각보다 정말 간단했다. 암트 담당 공무원도 친절했고, 영어가 유창해서 빠르게 처리했다. 동네바이동네, 담당자바이 담당자인 안멜둥, 운이 좋았다.
10. 요가를 시작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운동을 꾸준히 했다. 하고 싶은 게 참 많은데, 체력이 안되어서 피곤하면 다 효율이 떨어지고 할 수가 없다. 처음엔 몸매 때문에 시작한 운동인데 이제는 취미 겸,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그리고 체력관리 측면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 독일 오기 직전에는 한국에서 주 3회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다가, 독일에 오니 운동량이 줄어서 몸이 붓는 것 같았다. 동네 있는 헬스장을 가자니, 여기선 마스크를 다 벗고 운동한다고 해서 등록하고 싶지 않아 졌다. 전부터 요가를 항상 해보고 싶어 했는데, 홈 요가를 신청해서 주 3회 실시간 요가 클래스를 듣는 중. 벌써 3달째! 요새는 푹 빠져있다. 요가를 하고 몸도 훨씬 가벼워지고, 요가 후에 명상하니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완전히 빠져있다, 앞으로 1~3년은 꾸준히 요가에 집중하고 싶다.
쓰고 나니 바쁜 2 달이었네.
벌써 9월도 1/3이 지나가고, 나뭇잎들은 오렌지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가을이, 겨울이 될까. 올해가 지나면 내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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